의미
2026년 3월 20일 금요일'기호화하지 않으면 의미를 확보할 수 없다'는 말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틀 지어진 규범 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성을 찾는 삶을, 그리고 그것을 찾았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복 가능한 …
행복
2026년 3월 17일 화요일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단, 이 행복한 느낌은 사회 또는 외부와 연결되는 순간 사라진다. TV를 틀면 온갖 광고들이 자신이 보여주는 것을 가지라 말한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그것을 갖지 못한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건 비단 TV뿐…
한란
2026년 3월 14일 토요일이념. 이상적이라 여겨지는 생각은 어째서 사람마다 제각각일까. 또 그 이념을 향한 행동은 왜 이렇게 다를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어도 이념은 서로가 다를 수 있고, 같은 이념을 향하는 사람들도 그 이념에 도달하는 방법은 또한 다르다.군인들은 …
원청
2026년 3월 11일 수요일삶은 잃어버린 것 투성이다. 누군가의 잘못된 조언으로 평생의 인연을 놓치기도 하고, 이념을 중시하느라 현재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인연을 쫓아 혈연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삶이지 않을까. 나를 나로서, 가족을 가족으로서, 현재를 현재로서 영원불변하길…
3월의 일기
새 학기가 시작되며 나름의 큰 변화가 있었다. 한 해 동안 근무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해 캉캉이의 등하원을 도맡았던 반려인이 전일 근무로 돌아갔다. 필요하다면 이른 등원과 늦은 하원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드문드문 일을 나가는 날 외에는 다음 계획을 정할 때까지 내가 등하원을 전담하기로 …
크라잉넛 30주년
크라잉넛 30주년 우리가 젊었던 홍대, 그리고 지금의 우리에게 남은 것들 얼마 전, 엄청난 한파 속에서 아내와 함께 크라잉넛 30주년 전시를 다녀왔다.‘벌써 30주년?’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먼저 나왔고, 그 다음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 그만큼 나도 시간이 흘렀구나. 전…
가족
2026년 3월 9일 월요일낯설지 않다. 이 숨 막힐 듯 어색한 모습들. 함께인 게 자연스러운 시절도 있었는데 우리는 왜 한 공간에 있는게 불편한 사이가 되었을까.물은 차가 되기도 커피가 되기도 술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모든 마실 것의 근원인 물은 우리의 근원이 같다는 것을 보여주기 …
잡초 이야기
지긋지긋한 겨울이 끝나고, 드디어 봄이 오는 시점에서.. 우리 집 베란다에는 흙이 채워진 작은 화단이 있다. 밖에서 보면 각종 식물로 예쁜 화단을 꾸며놓은 집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자연과 어우러진 단지의 컨셉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우리 부부는 신혼 때부터 종종 화원에 들러 먹…
자기 삶의 예술가들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삶이 너무 소중하다는 걸 어릴 적부터 느낀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써온 일기장, 중학교 시절 독후감,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찍었던 필름 사진에는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기록하는 습관이 쌓여 받은 선물이 있다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김유정
2026년 3월 7일 토요일김유정. 어째서인지 그에게는 높다란 벽이 생겨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어쩌면 교과서에 등장하는 소설가들이 모두 그럴지도 모르겠다.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김유정의 소설집을 손에 들었다. 자의는 아니었다. 요즘 중학생 필독서는 무엇이 있나 찾아보다 김유정의 이름을…
[포포포 와인이야기] 빈티지 :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기록
유독 거친 빈티지를 통과 중인 이에게.. 빈티지, 그 해의 수확빈티지(Vintage)의 어원은 '와인(Vinum)'과 '거두어들이다(Demere)'가 합쳐진 라틴어 '빈데미아(Vindemia)'에서 유래했다. 즉, '포도를 수확한 해'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오래된 가구이나 옷을 가…
마음의 짐은 나누어 지는 것
2026년 3월 4일 수요일사람이 힘든 일을 겪었을 때 그 일이 버거워지는 이유는 단지 그 힘든 일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그 짐을 누군가와 나누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꾸만 무거워진다.영화 《햄넷》은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쓴 이유…
왕과 사는 남자
2026년 2월 28일 토요일요즘 사람들을 극장으로 모이게 만드는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는 청령포로 유배를 간 노산군(단종)과 광천골의 엄흥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엄흥도는 촌장으로, 노산군이 먹지 않은 쌀밥을 볼이 미어지게 먹는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으로 그려진다. 촌장이…
편안함의 습격
2026년 2월 27일 금요일"지금껏 살아오면서 지켜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때,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요?"책을 읽다 이 문장에 마음이 쓰여 몇 번이나 들여다본다. 사회적으로 성인이라 인정받은지도 이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돌이켜보아도 나는 스…
물의 연대기
2026년 2월 24일 화요일기억은 현재를 뒤흔든다. 오늘은 한 달 전의 기억으로 인해 뒤흔들리고, 내일은 일 년 전의 기억으로 말미암아 뒤집어질 수 있다. 현재는 과거로 인해 끊임없이 무너진다.우리는 종종 현재를 버텨낼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과거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인가를…
여기서는 놀 수 있겠어
선교관에서 지내던 시간을 정리하고, 드디어 오늘 이사한다. 이사를 준비하는 동안 남편이 정말 애를 많이 썼다. 말해 뭐 하겠는가. 처음 그 집을 보았을 때의 인상은 아직도 선명하다. 정말 뭣 하나 깨끗한 구석이 없었다. 바닥이며 벽이며, 여기저기 묵은 때가 쌓여 있었고, 집 안에는 오래…
곧 죽어도 가보고 싶은
저장강박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물건을 잘 못 버린다. 영원히 오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은 (그 언젠가의 쓸모라는 검약함) 어리석음. 기억 저편에 묻어 둔 과거가 튀어나오는 순간도 얄궂기 그지없다. 90년대 초반 Y2K 감성이 물씬한 H.O.T. 자서전과 책받침 더미로 가득한…
[기록하는 비꽃] 대화는 언제쯤 제대로 하게 될까요?
싸우지는 않는다. 언성을 높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대화하고 나면 마음 어딘가가 계속 찌꺼기처럼 남는다. 서로를 향해 말하고는 있지만, 그 말들이 존중 위에 놓여 있다는 느낌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하긴 어렵지만, “지금 우리는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바다가 내게 가르쳐 준 것
그리스는 바다의 나라다. 눈부신 윤슬과 잔잔한 물결, 파란 물감을 풀어헤친 듯한 색. 서양 문명의 발상지, 올림픽, 신화로 기억되는 나라지만 지금 이 순간 생생하게 살아있는 바다 앞에서는 잠시 힘을 잃어버린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리스에서 철학이 탄생한 이유를…
안녕
2026년 2월 15일 일요일안녕. 아무 탈 없이 편안함. 나는 언제 안녕한가. 우리는 언제 안녕하다고 말하나.소속감. 안녕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껴야 한다. 나는 자주 온라인 모임들을 챙겨 본다. 어떤 모임이 새로 생겼는지, 이곳은 내가 참여해 볼 수 있을지 생각…